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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지킴이, 국가트라우마센터입니다.

신체증상장애

사례

사례1) 52세/여성

52세 여성 A씨, 스무 살에 결혼했지만 알코올중독인 남편과 함께 사느라 늘 위축되어 불안 속에 숨죽이며 지냈습니다. 20대 후반부터 식후에 발생하는 소화불량, 메스꺼운 느낌, 가슴을 찌르는 듯 한 통증, 두통, 팔다리 통증, 성기 화끈거리고 아픈 느낌 등의 증상이 시작되었고 남편과의 갈등이 있을 때마다 악화되었습니다. A씨는 혹시라도 자신이 심장질환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여러 병원에 다니며 심장 검사를 해보았고, 부정맥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검사도 해보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하고 의사 선생님께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직후에는 통증이 약간은 완화된 느낌이지만, 어느새 또 통증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지속하는 소화불량으로 약국에서 사는 소화제를 20년째 먹고 있어 약을 이렇게 오래 먹어도 되나 싶은 걱정이 들었고, 자신과 똑같은 증상이 있던 친구가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먹고 많이 편해졌다는 이야기를 듣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를 방문하였습니다.

사례2) 45세/남성

45세 남성 B씨, 20년 전부터 한 직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결혼하여 아들딸과 함께 지내고 있어 걱정이 없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B씨는 워낙 꼼꼼한 성격에 완벽주의자로 인정받아 직장에서 업무 성취도가 높지만, 동료들과의 관계는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B씨는 3년 전 사장님의 조카가 자신의 상사로 들어온 이후로 늘 피곤하고, 퇴근할 즈음이면 늘 머리가 아픕니다. 우연히 본 TV 의학 다큐멘터리에서 악성 뇌종양 관련 주제를 본 것이 그 즈음이었습니다.

B씨는 방송 이후로 뇌종양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인터넷을 자주 찾아보며 자신의 증상과 비교하였고, 걱정 되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대학병원 외래를 예약하였고 여러 신체검진 상 뇌종양의 증거가 없음을 여러 차례 확인 받았으나, B씨는 자신이 예후가 좋지 않다는 지독한 뇌종양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떨쳐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을 잘하던 B씨가 요즘은 이러한 걱정 때문인지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증상

위 예시에서 보듯, 신체증상장애 환자는 신체의 모든 장기에 걸쳐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신체증상장애 세부 질환의 종류에 따라 밑에 기술된 증상 중 일부 증상만 호소하거나 대부분을 호소할 수 있으며 시간에 따라 주로 호소하는 증상이 바뀌기도 합니다.

  • 일반적 신체증상: 근육통, 무기력감, 땀, 입마름, 얼굴의 화끈거림 등
  • 소화기계 증상: 구토, 메슥거림, 속쓰림, 복부팽만감 등
  • 신경계 증상: 두통, 어지럼증, 손발의 저림이나 떨림 등
  • 심장 및 호흡기계 증상: 가슴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숨막힘, 가슴의 열감 등
  • 비뇨생식기계의 증상: 생리불순, 생리통, 하복부통증, 성기능 이상 등

이런 다양한 신체 증상을 가진 환자는 신체질환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여러 병원에서 신체 질환에 대한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고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믿지 못하고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반복하는 의료쇼핑(doctor shopping)의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뚜렷한 병명 없이 신체 증상이 지속하기 때문에 환자는 희망을 잃고 무력감, 좌절감을 느껴 우울증 등을 동반하기도 하며, 집중력 감소, 식욕부진, 짜증이 많이 나고 예민해짐, 결단력이 없어짐, 멍한 느낌, 불면 등의 정신적인 어려움은 흔히 호소하기도 합니다.

노인환자의 신체증상장애

75세 D 할머니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6.25사변에 부모님을 잃었고, 고아원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에 일찍 결혼을 했지만 남편은 외도를 해 집을 나갔습니다. D할머니는 홀로 6남매를 키우려 고생했지만, 6남매는 이민을 가거나 형편이 어려워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D 할머니는 그래도 “아플 새가 없었다. 우울할 틈도 없었다” 라는 생각으로, 특별히 아픈 줄, 우울한 줄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나이인지라 점점 팔다리, 어깨 등 아프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1년 전, 그래도 주변에 살며 전화로 안부를 묻던 막내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이후로 할머니는 이유 없는 가슴통증이 시작됐습니다. 가슴이 시리듯 아프고, 입은 불이 난 것 같이 뜨거워 음식을 삼키지 못합니다. 어깨 통증, 다리 통증도 특별히 더 나빠질 이유가 없는데도 극심했다가, 견딜만했다가를 반복합니다. 병원을 찾아보았지만, 병원에서는 고령 때문이라는 말만 합니다.

노인환자의 경우, 병으로 진단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뇌의 노화 및 퇴행성 변화로 신경계의 통증 혹은 피로에 대한 감수성이 낮아져 있는 상태가 됩니다. 또한 고령에서는 노화로 인한 관절 통증, 복통 등이 흔하게 나타나며 질병탈력성이 떨어져 있어 이를 동반한 다양한 신체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과의 마찰이 많은 노인분이나 독거노인의 경우 이러한 증상들은 더욱 증폭될 수 있습니다.

소아환자의 신체증상장애

소아환자의 경우 우울 및 불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여 비특이적인 신체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이것이 불안, 우울장애를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소아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신체증상은 어지러움, 복통, 두통, 얼굴 붉어짐, 가슴 두근거림 등입니다.

영화 ‘마이걸’에서 사춘기 소녀 베이다는 동네 의사에게 “3년 전 목에 걸린 닭 뼈가 아직도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상하죠, 의사가 보았을 때는 분명히 아무것도 없는데요. 베이다의 엄마는 베이다를 출산하던 중 돌아가셨습니다. 베이다는 장의사인 아빠, 삼촌,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베이다는 늘 외롭습니다.

“아빠, 내 왼쪽 가슴이 오른쪽보다 빨리 자라요. 암인 것 같아요. 난 죽을 거예요.”
“그래, 아가. 냉장고에서 마요네즈 좀 꺼내오렴.”

베이다는 엄마를 잃은 슬픔과 외로움을 말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자신으로 인해 엄마가 죽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죄책감은 표현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던 중, 베이다의 감정에 공감해 주던 유일한 친구가 사고로 죽게 되고, 이러한 상실로 베이다는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밖으로 터뜨리게 됩니다. 베이다는 자신이 엄마를 죽였는지를 아빠에게 묻고,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다”는 대답을 듣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있지만, 그 슬픔을 드러낼 때 위로 받고 추억을 지닐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베이다는 “난 마침내 닭 뼈를 삼켰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우울증상과 동반하여 잦은 신체증상을 호소할 수 있지만, 흔한 증상인 만큼 신체증상장애로 쉽게 진단 내리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불안, 우울 등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특별한 원인이 없는 잦은 신체증상을 호소한다면,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도 관심을 주어야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 더 칭찬해 주고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아프지 않아도’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 점차 신체 증상을 덜 호소하게 됩니다. 소아의 신체화 증상은 비교적 예후가 좋고, 호전될 가능성이 성인보다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진단기준

1. 하나 이상의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이 증상으로 인해 고통스러우며 일상생활에서의 심각한문제가 유발됨 2. 신체 증상 또는 관련 건강문제와 연결된 지나친 생각, 느낌, 행동이 다음 세 가지 중 한 가지로 나타남
  • 1) 증상의 심한 정도와 관련된 생각이 불균형적이고 지속적
  • 2) 건강과 증상에 관한 불안이 지속해서 높음
  • 3) 이들 증상과 건강염려증에 바친 시간과 에너지가 과도함
3. 한 가지 신체증상(예, 복통, 두통 등)이 지속해서 있지 않더라도 증상 상태는 지속적임(전형적으로 6개월 이상)
“저는 분명히 진단받은 질환이 있는데, 그러면 신체증상장애는 아닌 거죠?”

질환을 진단받았다거나, 혹은 진단받지 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신체증상장애에의 진단에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질환을 진단받은 분도, 해당 질병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통증이나 증상과는 다르거나 더 심한 증상 때문에 심하게 고통 받는다면 신체증상장애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한편 어떠한 증상도 진단받지 못한 경우도, 아직 현대 의학에서 발견하거나 진단하지 못하는 질병일 가능성을 완벽하게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현대 의학 역시 현재진행형이고, 발전하고 있는 학문이기에 모든 증상들이 현재 의학으로 완벽히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신체증상장애는 이러한 현대의학의 미완결성에 대한 정신과적인 접근이며, 이러한 증상 자체 보다는 증상으로 인해 심하게 고통 받는 환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저보고 우울증이라고 하고, 어떤 병원에서는 신체증상장애 라고 해요. 제 병이 도대체 뭔가요?”

신체증상장애 환자분들의 특징으로, 진단에 집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방식을 “진단중독증", “의료쇼핑”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모습의 문제점은 어떤 진단이나 치료를 받아도 만족하는 것은 길어야 몇 달에 불과하고, 다시 증상이 시작되면 다른 진단을 찾아 떠돌아다니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신체증상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은 의학적 동반질환이 존재합니다. 신체증상장애로 진단된 환자들의 약 50%는 다른 신체질환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신체증상장애 환자는 공황장애 및 우울장애로 진행할 수 있거나, 이미 두 질환을 모두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화병’은 속상함, 분노, 증오 우울 등의 정서적 증상들과 함께 가슴통증, 열감, 답답함 등의 신체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우울장애와 신체증상장애의 복합적인 상태로 보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신체증상이 우울 및 불안 장애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불안 및 우울 증상으로 인해 외부 활동을 전혀 할 수 없게 되면 이로 인한 피로감, 근육 위축 등은 신체증상은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되는 것입니다.

신체증상장애의 악순환의 고리 -> 다양한 신체적 증상 (스트레스, 화 울분, 단기적/일시적 : 가족의 보살핌 )  -> 과업의 회피 휴식 -> 장기적/반복 :  신체화 증상으로 인한 일상생활 기능 저하 -> 불면, 우울, 불안 등 증상 발생 외부/ 일상 활동 회피 -> 피로감, 외부활동 저하, 식사량 저하 등으로 인한 신체 기능저하

우울증, 공황장애, 화병, 신체증상장애는 스트레스, 화, 울분의 원인의 탓을 어디로 돌리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표현 양상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불안, 우울한 기분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우울장애의 증상이 주로 나타나며, 우울, 불안한 기분 자체가 인지되지 않고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면 신체증상장애로 진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출처 :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정신건강정보> 질환별 정보| 신체증상장애 . (n.d.). http://www.mentalhealth.go.kr/portal/disease/diseaseDetail.do?dissId=8.

[작성 및 감수]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적 한계에 대한 고지]

본 정보는 정신건강정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자료이며, 개별 환자 증상과 질병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의사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