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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 지킴이, 국가트라우마센터입니다.

심리적 반응 및 대처방법

시기별 반응

1. 급성기 (재난 후 3-7일 이내)
  • 재난이 발생한 직후의 시기이며 최우선적으로 신체적인 도움을 받아야 함
  • 심리적인 피해는 아직 파악되기 어려움
  • 피해자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사태를 파악하기도 어려움
  • 망연자실하여 판단력이나 현실감을 잃는 등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내기도 함
  • 정신이 멍해지고 마비되는 증상을 보이거나 자신이 있는 곳과 사람들이 낯설게 느끼기도 함
  • 이러한 상태는 자신을 보호하는 일종의 방어적 반응인데, 심한 외상적 충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치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고하는 경우도 발생함
  • 보통 재난 직후에 나타나며, 얼핏 생존자가 현저하게 침착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함
  • 단기적으로는 이런 억압, 부정, 격리가 자연스럽고 필요한 반응일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이것이 지속되기도 하며, 재난 경험을 극복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함
2. 아급성기 (재난 후 1-3개월 이내)
불안·공포 반응

외상 사건을 실감하게 되면 불안∙공포 반응이 나타나는데, 이는 투쟁-도피반응에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생물학적 반응임

사고가 났다는 사실에 대해 극도로 무서워하면서 불안해하고, 또다시 사고를 당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함

사건 장면이 자꾸 떠오르거나 악몽을 꾸기도 함

생존자들은 죽음에 대한 이미지를 수시로 경험하며, 이는 깨어 있을 때도 불시로 떠오르며, 악몽으로 나타나기도 함

잘리거나 으깨어진 신체 부위, 비명, 몸에서 흐르는 피, 타는 냄새 등의 플래시백으로 표현되기도 함

이에 따른 공포와 불쾌감이 크기 때문에 사건을 연상시키는 장소나 사람 등 관련된 자극을 전부 피하고자 함

작은 자극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예민해져서 주위 사람에게 화를 내는 일이 잦아지며,‘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는데, 가족과 의료진에게 분노의 감정을 투사하기도 함

애도 반응과 우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증상과 함께 가족이나 친구, 친지의 죽음 등 상실에 대한 반응으로 우울감 및 애도 반응이 나타나는 시기이기도 함

기분이 가라앉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며, 잠도 오지 않고 식욕도 감소함. 간혹 심한 감정 기복을 호소하는 경우도 발생함

앞날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서 다시는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생각을 하기도 함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멀게 느껴지며,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함

친밀감, 행복, 성적인 감정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데 어려움이 생김. 극단적으로는 어떠한 정서도 표현하지 못하게 됨

죄책감

생존자는 자신이 살아남은 것에 대한 실존적인 죄책감과 함께 재난현장에서 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됨

자녀를 잃고 자신만 살아난 사람이나 여러 사람 중에 자신만 살아난 사람은 죄책감을 더 크게 느끼게 됨

죄책감은 많은 경우 과도한 책임감이나 후회와 관련을 보임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반대로 어떤 행동을 했어야 했는데 하고 생각하기도 함

보통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더 큰 죄책감을 느끼게 되며, 이는 만약 내가 어떻게 하기만 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책임에 대해 과대 해석하고 불필요하게 자책하기 때문에 발생함

그러나 많은 경우 사건 현장에서는 그 일을 막을 수 있었던 여력이나 선택권이 없었으며, 의사결정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경우가 많음

자신이 성격적으로 혹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서 외상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면 더욱 심한 자기 비하에 시달리기도 함

간혹 자신이 현장에서 한 행동이나 하지 않았던 행동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비난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죄책감을 계속 숨기고 있는 경우도 발생함

생존자가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게 되고, 대처할 때에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거절하려는 경향이 생기고, PTSD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게 나타남.

불신과 고립감

재난 피해자는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한 지속적이고 비정상적인 부정적 믿음을 가지기도 함

세상을 너무 위험한 곳으로만 바라보며, 간혹 자신이나 타인을 극단적으로 부정적으로 보고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타인은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함

가족, 친척, 친구 등이 공감과 동정을 갖고 만나러 와 주는 시기이지만, 정작 본인은 사람들이 동정 어린 시선을 불편해함

자신의 경험에 대해 매우 특별하게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들끼리 소그룹을 형성하기도 함

생존자 특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 대해 분노나 일종의 집단행동을 보임으로써 통제감을 얻고자 하지만, 이런 태도는 계속해서 피해자로 살아가게끔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함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외상 사건을 듣기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자신의 느낌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이 없다고 느끼면서 타인들로부터 고립되거나 소외된 느낌을 받기도 함

재난 피해자를 맞아들이는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이들의 심리 상태와 부담감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한 호기심이나 동정하는 태도로 대하면 재난 피해자는 더욱 고립감을 느끼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됨

직장 상사나 학교 선생님은 빠른 복귀가 피해자의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 결국 사회 복귀의 실패로 이어져 더 큰 좌절감과 불신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음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가 알려지는 경우 매스컴의 취재가 시작되며 피해자는 그것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취재가 두려워 전화도, 외출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함

인지 능력의 변화

발생한 외상 사건의 특정한 부분이나 전체를 기억하지 못하기도 함

이는 외상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은 두부외상이나 기존의 알코올 중독 때문일 수도 있고 해리성 기억상실 현상일 수도 있어 신체검사와 과거력 문진을 통해 감별을 해야 함

해리는 의식, 기억, 주체성, 환경 지각의 통합적인 기능이 붕괴하는 증상으로 외상 사건 직후 발생 가능함

시간이 굉장히 느리게 가는 듯이 느껴지고, 사건의 순서가 혼동되는 등의 지각장애가 생기기도 함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 외에도 전반적인 기억력의 저하를 호소하는 경우도 흔함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 처리에 어려움을 겪음

전반적인 단기 기억력도 떨어져 같은 일을 여러 번 묻기도 함

신체 증상

신체증상은 재난 중 발생한 부상이나 기존 신체 질환의 악화가 원인인 경우도 있고, 재난 충격으로 인한 스트레스 반응이기도 함

피로감, 두통, 위장관 증상, 불면증, 식욕 저하, 면역력 저하, 근골격계 증상 등이 흔함

신체증상이 동반되면 우울감, 비관 등의 심리 반응에 악영향을 미쳐, 활동이 위축되어 사회적 기능의 회복도 늦춰짐

재난 초기부터 동반된 신체증상이 있는지 조사하고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이 이루어져야 함

물질 남용

술이 괴로운 기억과 불안은 물론 신체적 아픔을 달래준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으로, 사고 후 음주량이 늘거나 향정신성 약물에 탐닉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술이나 약물의 남용이나 의존성을 유발하고, 큰 해악을 끼치게 됨

개인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가족 간 관계를 손상시키며, 더 나아가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을 가짐

급성기부터 술을 남용하지 않도록 주의시켜야 함

3. 만성기 (재난 3개월 이후)
심리적인 문제

초조와 불안, 쉽게 화를 내는 증상이 계속

이러한 증상은 스스로 조절이 잘 되지 않음

피해자는 수일이 지나도 증상이 회복되지 않는 것을 초조해하고 치료 자체에 대한 의문을 가짐

‘왜 내가 이렇게 되어야만 하는가?’라는 생각으로 분노의 감정을 분출함

죄책감, 우울 증상이나 피폐감이 강해짐

사고 전의 일생생활로 돌아갈 수 없음에 초조해짐

회복의 희망을 잃은 피해자도 나타남

열상이나 방사선 피폭 장해 등 심각한 신체적 후유증이 있는 경우에는 특히 그러함

절망감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나 자포자기하는 행동에 빠지는 사람이 생김

친한 동료나 친구를 잃은 경우나 유족의 경우 심각한 애도 반응이 지속될 수 있음

사회환경적 문제

피해자의 회복이 늦어지는 데 대해, 주변 사람들의 이해가 떨어지기 시작함

피해자의 정신적 증상이 유약하기 때문이거나 성격 문제 등으로 취급되어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고립감과 불신감은 더욱 심해짐

순조롭게 회복하는 피해자와 그렇지 않은 피해자의 비교가 표면화되면서 피해자 간의 불신이나 억측을 낳을 수 있음.

형사 소송이나 민사 소송 등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음. 현재의 사법 제도 하에서 재판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어 피해자 간의 갈등이 심해지기도 함, 이차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증상이 악화되기도 함

종업원이나 승무원의 경우 신체증상이 가벼워도 정신적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복직 여부가 주요한 이슈가 됨

알코올 의존 등 약물 의존 문제가 표면화됨.

PTSD 증상이 심하지만 적절한 의학적 조언을 받고 있지 않은 피해자라면 일상생활의 대처 수단으로 물질이나 약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 이 경우 의존 경향이 장기화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함

흔히 기념일 반응이 일어남, 재해 발생의 시간대와 날짜, 요일 등 사고를 상기시키게 하는 것은 많은 피해자에게 여러 심리 반응과 강한 비탄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음